1.
1월 한달 동안 일 같지도 않은 일 때문에 삽질하느라,
주말엔 보드타느라,
포스팅을 한동안 못했네요.
이래저래 컨셉을 잡고 블로그를 운영해야겠다 라는 마음도 있었습니다만,
그냥 평소하던대로, 컨셉은 개나줘버리고 제 멋대로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소한 일상 그대로,
별 일이 있으면 별 일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한가지 변화를 주자면,
앞으로는 정말 내 맘대로 포스팅 할 꺼라는 것.
반말 존댓말 상관 없이.
내 맘대로.
2.
쓰잘데기 없이 한달 동안 야근 & 밤샘 근무를 하면서,
남는 시간에 생각을 해보니,
지금 내가 왜 이러고 있어야 되나 싶기도 하고,
내가 진로를 잘못 선택했나 싶기도 하고,
틀 안에 갇혀 사는 것이 내가 원했던 건가 싶기도 하고,
내가 하는 짓이 월급 받아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짓인가,
사회 생활 1년 차에 하던 생각을 지금 또 하고 있는 나는 대체 뭔가.
놀고 먹고 하고 싶은건 아니지만, (물론 이러면 Beyond Best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거 하나도 못해가면서 일하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더라구요.
내가 꿈꾸는 일상은,
날씨 좋으면 신나게 자전거 타고, 날 추워지면 신나게 보드 타는 것.
주말엔 친구들과 캠핑가서 고기도 꿔먹고, 등산도 하고, 계곡 물에 발 담그고 책도 좀 읽고,
그러다 지겨우면 화질 좋은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맥북 프로 꺼내놓고,
영화관에서 못 본 영화도 보고.
일과 시간 끝나고 수영, 클라이밍 같은 스포츠도 좀 즐기고,
야구 시즌에는 여친이랑 유니폼 맞춰입고,
종합운동장으로 직관하고, 경기 끝나면 신천에서 치맥 한잔 걸치고,
집까지 여친 손 붙잡고 터덜터덜 걸어오는...
(물론 여친이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긴하지만...)
그러다 야구 시즌 끝나고 날씨가 추워지고 스키장 오픈하면,
스키장 상주하면서 평일 황제보딩을 즐기고...
시즌방에 주말마다 친구들 초대해서 왁자지껄 놀고,
눈길에 미끄러지지 않는 4륜 구동 차 한대 사서
여친이랑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눈꽃 구경하는...
이런 알흠다운 일상이었는데...
그게 원래 내 꿈이었는데...
근데, 이런 나의 꿈을 실현하려면,
내가 한달 연속으로 로또에 당첨되서 백억이 넘는 돈으로
강남에 빌딩 하나 떡하니 세우고 월세 받아 먹어야지만 가능하다는 점.
주말, 주중할 것 없이,
일에 치이고, 치여서,
그토록 보고 싶은 조카도 한달에 한번 볼까말까하고.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조카가 날 보고 낯설어하는 지금 시점에서는 불가능한 스토리.
(100일 전까지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 해줬는데...날 못 알아보다니...)
야근하고 피곤하니까 짜증만 늘고,
이상야리꾸리한 생각도 늘어가고.
배고프니까 새벽에 처묵처묵해서 뱃살도 늘고,
내 비루한 몸뚱아리를 보는 엄마의 살 빼라고 잔소리도 늘고.
이렇게 열심히 일했으면 돈이라도 많이 줘야될꺼 아냐.
새벽 4시에 퇴근해도 9시 출근해서 일하고,
근데 내 통장 잔고는 왜 맨날 바닥이냐고.
3.
얼마 전에 광고천재 이태백이라는,
광고를 주제로 한 드라마를 봤습니다.
2화였나,
주인공이 일하던 간판가게는 망하고, 사장은 도망가고,
주인공은 그 간판가게를 다시 살리려고 이래저래 노력합니다.
빚쟁이들의 빚 독촉은 더욱 심해져만 갑니다.
이 상황에서 주인공이 이런 말을 합니다.
"저 진짜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지켜봐주세요"
그랬더니, 그 말을 들은 빚쟁이는 이런 말을 하죠.
"세상에 열심히 안사는 놈 있으면 나와보라고해.
여기 지나가는 사람 열이면 열 다 열심히 살어.
결과가 중요한거야. 결과가."
(정확한 대사는 아니지만 이런 내용의 대사였습니다)
참으로 웃픈 대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대뇌의 전두엽까지 와닿는 대사임은 물론이고,
내 현실에 딱 맞는 대사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 이 세상에 열심히 살지 않는 놈은 없다.
그러니까 나 하나 쯤은...
4.
친구 한놈이 얼마 전 캐나다에서 들어왔습니다.
"잘 지내? 별 일 없지?"
그 평범한 안부 문자를 왜 그리 오랜 시간 멍하니 보고 있었던건지...
별 일 없이 잘 지내. 라는 아주 간단한 답변이면 가능한 것을.
한참 동안 뭐라고 써야할지 고민했습니다.
진짜 내가 별 일 없이 잘 살고 있는건 맞는 걸까 라는 생각에
답문을 쉽게 보낼 수가 없더군요.
어쩌면 별 일 없이 산다는 건 세상에서 젤 힘든 일 아닐까요?
5.
설날 연휴에 지인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문자가 왔습니다.
연말에 복 많이 받으라는 문자를 받았지만,
그 수많은 복 중에서도, 하필이면 일복이 터지더군요.
일복이 터지면 금전복도 같이 터져야 하는데...
금전복은 전부 다 어디로 간건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일복이든, 금전복이든, 여복이든, 남복이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쇼.
'오늘의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산 호서대 원룸] 저렴하고 좋은 원룸 찾기_선의원룸을 찾다!! (0) | 2013.02.21 |
---|---|
꿈이 뭔가요 - (0) | 2013.01.14 |
2013년...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다.... (0) | 2013.01.09 |
수도 민영화와 빨갱이의 상관관계 (0) | 2012.12.21 |
힘들었던 하루 - (0) | 2012.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