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광고스러운데 뭐가 문제야?
광고가 광고스러운데 뭐가 문제야?
금요일,
그러니까 주말을 앞둔 시점에서
주말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이 가장 최고조에 다달아 불타오르고,
주중에 쌓였던 스트렛thㅡ를 어떻게 불태워버려야 불금 불토를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라는 고민을 해야하는 그런 금요일 아침에,
영하 14도의 추위를 뚫고 광고주와의 미팅을 다녀왔더랬습니다.
연초부터 별 일 있겠어? 간단한 미팅일꺼야~!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더랬죠.
하지만....
"죄송하지만, 저희 일정 때문에 7일(월요일) 오후 3시쯤에는 시안을 봤으면 좋겠는데요"
금요일 오전에 미팅을 하고, 월요일 오후 3시까지 시안을 보여달라고 하는 게 무슨 뜻일까요?
광조"주님"의 절대 언어를 번역기로 돌려봤습니다.
"네게 '주말'이란 단어는 '주말'이라고 쓰고 '근무'라고 읽어야 하는 것"이라고 나오더군요.
이런 조카 신발 이백씨팔...사이즈...갑을병 젖 같은 관계...
하는 수 없이 금요일 야근, 토요일 정상 근무, 일요일 정상 근무, 월요일 일찍 출근....
금요일 저녁을 포함하여 주말에 잡았던 약속을 모두 취소 시키는 저의 손위로 눈물 한방울이 뚝...
그렇게 회사로 복귀할 때까지 하염없이 눈물만...흐흐흙....
새해 첫주부터 월화수목금금금이라니......
올해부터 삼재 시작이라더니만...부적을 사야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회사에 도착해있더군요.
"오늘은 각자 관련 자료 수집하고 아이디어 회의는 내일 아침에 하자"
오 지미...(저희 회사 팀장님의 영어 이름이 지미라는 건 아닙니다)
그렇게 자료 조사를 시작했고 찾은 자료들 중, 꽤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의 광고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회의 시간에 제 아이디어와 어제 찾은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보여드렸죠.
그랬더니 팀장님께서 하시는 말씀.
"너무 광고스럽지 않나??"
"광고가 광고스러운데 뭐가 문제야?"
예전이었다면 이런 의문이 생겼을 법하죠.
광고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제품의 장점을 직접적으로 소구하는 직관적인 스타일의 광고가 있는 반면,
감성적이고 아이디어적인 측면으로의 접근이 필요한 광고도 있죠.
팀장님께서 말씀하신 광고적이다라는 말은
제 아이디어가 너무 감성적이고 아이디어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했다라는 말인거죠.
잡지 광고라면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었겠지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잡지 광고가 아니므로...
하지만 너무 광고스럽지 않냐는 팀장님의 지적이 기분 나쁘게 들려오지는 않았습니다.
광고스러우면 좋죠. 광고인데.
그러나 광고의 목적에 어긋난 아이디어를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 저를 막막하게 만들더군요.
어느 순간인지는 모르겠으나,
획기적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 만으로는 소비자(광고주)가 원하는 광고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