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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보는 콘텐츠

푸른 거탑을 보고...

by 아빠나랑노랑 2013.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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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거탑이라는 초특급 울트라 리얼리티 군메디컬 드라마를 아는가?

 

 

말년 병장 : 최종훈

분대장 : 김재우

상병 : 김호창

일병 : 백봉기 

이병 : 정진욱

신병 : 이용주

 

이 주연들을 비롯한 행보관, 대대장 등의 조연들도 훌륭하지만, 

정말 훌륭한 건 이 드라마의 작가들이다.

 

디테일의 최고봉이다.

공감대 형성에 성공한 가장 훌륭한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는 어여쁜 여자 주인공도 나오지 않고, 재벌집 회장 아들도 나오지 않는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기억을 찾아가는 진부한 스토리 대신,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고뇌하는 20대 대한남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에는 웃음코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3화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편에서는 인위적인 눈물이 아닌, 가슴 속 깊은 곳으로부터 뭉클해지는 그런 슬픔과 감동이 있었다.   

나 역시, 군대에서 소중한 사람을 떠내보냈던 기억이 있기에, 개인적으로 이 에피소드야 말로 최고의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싶다.

 

군대 얘기가 나오니까, 내 옛날 군 시절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내가 이등병(신병) 시절, 

우리 분대에는 27살의 유부남(지금의 나보다 나이는 어린데 얼굴을 40대 간부처럼 생겼었다) 말년 병장이 있었다. 

이름하여 박병장.

웬만한 하사, 소위 간부사관들보다 나이가 많았고, 중사, 중위들이랑 친구였으며, 상사, 대위랑 2~3살 차이 밖에 나질 않았다.

박병장은 자신에게 눈꼽만큼이라도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가차없이 폭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박병장이 진짜 무서운 건,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 것을 모두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리게 한다는 점이었다.

 

군입대 전부터 코골이가 심했던 나는 자대 배치를 받고, 

얼마 후, 박병장에게 가장 거슬리는 대상이 되었다. 

 

자대 배치 후 2주 동안은 신병 보호 기간이라고 하여, 

신병에게 그 어떠한 일도 시키지 않는다.

몸은 가장 편한 시기이지만, 마음만은 가시방석 같은 기간이다.

그렇게 이등★(별)의 2주는 정말이지 눈깜빡 할 사이에 흘러갔다.

 

2주가 끝나자마자...지옥 같은 자대 생활이 시작되었다.

일단 박병장의 꼬장이 시작되었다.

 

2주간 얼마나 벼르고 벼뤘을까...

15일이 되는 날. 누군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불침번 근무를 서고 있는 다른 내무반 고참이었다.

보초 근무 때문에 나를 깨웠다는 생각에 관등성명과 함께 재빨리 일어났지만, 

나를 깨우라고 시킨 건 다름아닌 박병장이었다.

 

야 신병! 시끄러우니까 방독면 쓰고 나 잠들 때까지 복도에 나가있어

 

읭?

 

4월 말 무렵의 전방은 매우 춥다.

(실제로 내복을 5월까지 입는다)

 

복도는 그나마 따뜻할꺼라고?

우리 중대는 전방지원중대로, 50명이 단체로 파견나와 있는 부대였고, 

몇층짜리 막사가 아닌 1층 짜리 막사였다.

내복에 방독면을 착용하고, 11시부터 2시까지 복도에서 서 있었다.

불침번들이 알림 상황을 체크하는 우리 내무실의 알림판에는 

 

"신병 2시까지 내무실 출입 금지 시킬 것"

                               -박병장 지시 사항-

 

이라는 문구가 적혀져 있었고,

나는 방독면에 내복만 입은 채로, 새벽 2시까지 복도에 서 있어야 했다.

 

 

지금도 나는 코골이가 심하다.

살을 좀 뺐을 때는 그나마 좀 덜한 편이지만, 

살이 오를 때로 오르고, 매일 같이 야근에 술에 쩔어 사는 지금의 나는 

전차 한대와 맞먹는 소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에피소드도 푸른 거탑의 작가들을 통하면 매우 재미있게 포장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군대 얘기를 누가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이야기라고 했던가.

대한민국의 모든 이들에게 이 드라마를 강추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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